번개장터에서 패션 다음으로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는 카테고리는 '스타 굿즈'입니다. 앨범, 포토카드, 응원북 등을 비롯해 팬들이 직접 제작해서 거래하는 굿즈까지 종류가 다양하죠. 거래 건수로는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며, 이용자 중 70% 이상이 1020세대인데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번개장터의 스타 굿즈 거래액은 약 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습니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들에서는 한정판 아이돌 굿즈를 리셀(재판매)하거나, 웃돈을 얹어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지난 6월 진행된 맥도날드의 이벤트에서는 '뉴진스 스페셜 기프트 세트'를 받을 수 있었는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5만원에서 20만원까지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엔데믹 전환에 따라 콘서트 티켓을 사고, 되파는 리셀러도 급증하고 있고요.

스타의 팬을 활용한 커머스 거래액의 증가는 해외에서도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하이브의 매출액 1조316억원 중 해외의 비중은 6526억원으로, 63.3%에 달하는데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한 품목이 앨범(약 42%)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1억3293만달러(약 179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 하이브 '위버스'

위버스(Weverse)는 2019년 6월 시작한 팬 플랫폼입니다.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운영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콘텐츠, 커머스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전략입니다. 서비스 론칭 4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억건,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천만명에 달하죠. 현재 245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15개의 언어로 실시간 번역도 제공 중입니다.

지난해 7월에는 네이버의 팬 플랫폼 'V(브이) 라이브'와 통합하면서 커뮤니티와 콘텐츠 기능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콘서트 현장 중계, 실시간으로 아티스트와 영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위버스 라이브' 기능 등을 제공하면서 팬들을 강력하게 락인시키는 모습인데요. 아티스트와 팬들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놀이터를 만든 셈입니다.

또한 위버스샵을 통해 아티스트의 앨범, 굿즈, 포토카드, 티켓 등 공식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위버스샵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상품이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특히 위버스 이용자의 90% 이상은 해외 유저이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 현지에 물류거점을 두면서 글로벌 배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 수익성 강화 포석

위버스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약 3077억원으로 2021년(약 2394억원) 대비 28.5%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약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는데요. 올해에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유료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 3월 결제수단인 '젤리'를 도입하면서 디지털 상품의 구입을 통합시켰습니다. 1젤리당 300원 정도로 콘텐츠 시청권이나 다운로드권 등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5월 연이어 '위버스 DM'을 출시하는데요. 원하는 아티스트를 구독해 1:1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기간제 상품으로 30일에 15젤리(4500원)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SM의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고 있는 '버블'과 유사한 서비스입니다. 디어유는 약 230만명의 유료 구독자(월 4500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프라이빗 메시지서비스로 지난해 약 16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때문에 위버스 DM 서비스는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게다가 지난달 시범 출시된 '위버스 바이 팬즈'는 팬들이 직접 굿즈를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 6월 위버스콘 현장에서 선공개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글로벌 팬 플랫폼

위버스는 글로벌 팬 플랫폼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입점시켜 팬들을 끌어모으고, 팬들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죠. 한류 열풍과 더불어 언어, 결제통화 등의 편의성을 높였으며, 위버스 앱 내에서 원하는 아티스트의 커뮤니티, 콘텐츠, 커머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올인원 시너지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는 약 3조원 이상 거론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미국 이타카홀딩스, 일본 네이코 등 하이브 산하에 있는 다수의 글로벌 레이블을 통해 신규 아티스트 입점이 전망되고, 유료멤버십과 같은 도입이 예정된 서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SM 인수 절차를 중단했지만 플랫폼 협업을 확대하면서 국내 1위 팬 플랫폼의 입지를 공고히 했고요.

다만, 아티스트에 대한 팬심을 공략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팬심으로 앨범, 티켓, 굿즈 등을 구매했던 과거와는 달리 광고를 도입하거나, 아티스트와 대화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방향성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거죠.

✔ 커뮤니티 커머스

앞서 언급했듯, C2C(개인 간 거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스타 굿즈의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네이버와 하이브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위버스컴퍼니는 하이브가 55.5%, 네이버가 4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네이버는 올해 초 북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 같은 달 스페인 최대 C2C 플랫폼 '왈라팝'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C2C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습입니다. 이 달에는 네이버의 손자회사라고 불리는 '크림'과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를 운영하는 '소다'가 경영을 통합하기도 했는데요.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0월 컨퍼런스콜에서 "포시마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만이 구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새로운 리테일 형식을 정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커뮤니티 커머스의 측면에서 볼 때 위버스컴퍼니와도 비슷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가령 글로벌 C2C 생태계를 구축하고, 서로가 가진 아티스트의 한정판 제품들을 크림을 통해 사고팔 수도 있겠죠. 패션과 스타 굿즈라는 C2C 거래의 상위 카테고리를 네이버가 빠르게 점유하려는 전략일지도 모르겠습니다.